낙타개's Blog
답이 없는 질문

요즘,

생각들 2011. 8. 8. 14:12 by 낙타개











출퇴근 길의 복잡함, 피곤함 속에서
책장만 열면 빨려들어가
마치 공간이동해버린듯,
주변의 어지러움이 사라져버리게 만드는 책.
그리고 그 작가.



호.시노 미치.오




그의 책 중에서,




*



"할아버지, 또 올게."
오두막을 향해 손을 흔드는 어린 소녀는 늙은 데이비드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모양이다.
사라지려는 자와 앞으로 살아가야 될 자가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마을 밖 언덕은 이미 초봄의 물결로 일렁였다.
벌판이 지평선까지 뻗어 있다.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드넓은 대지. 
어쩐지 이곳이 낯설지가 않다.
데이비드의 이야기를 들은 것뿐인데, 풍경이 달라보인다.
그동안 사람이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벌판마다 사람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상쾌한 극북의 바람이 언젠가 읽었던 책의 한 구절처럼 느껴진다.

"...... 모든 물질은 결국 화석이 된다. 그러나 화석이라고 해서 생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람이 불어올 때 귀를 기울여라. 분명 사라진 옛이야기가 들려올 것이다.
바람이야말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화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종.기의
<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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