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개's Blog
답이 없는 질문

여름 휴가 2 - 해인사

여행 2012. 9. 12. 23:06 by 낙타개







태풍 볼라벤이 가고,

태풍 덴빈이 오기 전에 딱 하루

해가 쨍 하고 비쳤던 날이 있었다.

구멍난 운동화를 꿰매 신고

신나게 해인사로 향했다.


고령.

성주는 물론,

이런 곳

지명도 들어보지 못했는데

작은 시골 읍내의

느리고 꼬부라진 풍경이

따뜻하고 정겨웠다.

정말,

그분들껜 죄송하지만,

허리가 기억자로 꼬부라진 할머니들.

그분들의 느릿느릿 한 움직임이

왠지 정겹고, 재미있었다.

"기사양반 여기 시 주소"

버스 내릴 곳에서 외치시던

그 목소리들, 아직도 귀에 맴돌고.





내가,

김해김씨라서 그래?

김수로왕이 시조여서 그래?

이동네 왜이렇게 익숙한거지??

여기에 전생 어디즈음에 살았던게 분명해.

해인사 가는 버스 내내

혼자 엉뚱한 생각 많이 했다.

드디어 고향에 왔다!

뭐 이런.

그만큼, 왠지모를 반가움이

해인사 가는 길 내내 들었다.

아마도.

여행 속에서 또 떠난 여행이

그 맑던 하늘이

즐거워서

신난 기분에 들떠서였겠지.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곳의

한가운데에

석가모니불과,

문수, 보현보살상이 모셔진

아주 작은 불당이 있는데

앉아있노라니

왠지 마음이 편해

몇십분을 앉아있었나?

나오는길에, 불상들 이름을 물었더니

관리하고 계신 분들이

껄껄 웃으며


"난 또, 오래계시길래, 불교에 대해 많이 아는 불자인줄 알았지.."


소리 들으며,

알게 되었다.

오랜시간 편안히 눈 바라보며 앉아있던 불상들이

석가모니불, 문수, 보현보살상이였다는걸.


많은 곳에 가보진 않았지만,

그간 본 불상들 중

가장 따뜻하고 온화한 표정의 불상들이였다.

800년을 지켜낸 힘일까. 싶을정도로.


800년 전에 만들어진 팔만대장경.

(1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은 유실되었다고 한다)

천년만년, 부처님 법을 전하도록

큰 마음으로 기원하며 만들었겠지만,

설마, 800년이라는 까마득한 시간 이후까지도

이렇게 남아있을거라고 상상이나 해봤을까?

그 긴시간. 그 까마득한 시간.

어차피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 있다지만,

그 시간이 구체적 형태로 남아있는 곳에 앉아

무형의 시간인 바람을 맞고 앉아있는 기분은

무척이나 묘했던것 같다.



가장 단순하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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