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둥이

빵구

낙타개 2010. 4. 19. 11:35

 

 



                              

개둥이.

내가 부르는 이녀석의 호칭은
수십가지가 넘을거다.
빵구, 둥이, 나쁜놈, 빵빵이, 개댕이, 겸둥이, 개뒤, 개링이
간혹 미친놈(애정을 담아?ㅎ)
사랑이, 핸눔이, 개신, 할머니, 귀염이, 개똥이, 개중이
또 뭐가 있더라?
하여튼,
정말 그렇게 불러야지! 라고 하지 않아도
순간순간 불쑥불쑥 새로운 이름이 생겨나고
불러진다.
그만큼 내 감성을 뭉클뭉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녀석.


스무해를 같이 살며,
방황하던 십대 이십대를
언제나 옆에서 함께 있어주고,
위로해주어
그만큼 이녀석에 대한 마음이 커다랬는데..
이녀석이
최근 몇일을 많이 아팠어서..
내 마음도
이곳과 저곳을 왔다갔다 한 것 같다.
이녀석이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가 된건가,
그냥 단순히 아픈걸까? 그러다 낫는걸까?
싶어서.


답답했던 것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는 것.
내가 어떤 마음을 먹어야하는지..
무얼 해줘야 하는건지..


예전부터,,
개둥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가 오면,
그때 내가 무얼 하든, 어디 회사에 다니든
회사를 그만두고서라도
녀석의 마지막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충분히 위로해주고,
충분히 옆에 있어주고,
충분히 울고싶을때 울고 싶은 그런 마음에.
그래서,
이녀석이 아플때
이렇게 오랜시간
함께 있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너무 다행이였다.


지금은
다시 건강을 찾아
쌩쌩하게
예전처럼,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들도,,
이녀석 조차도
아픔이 심각하고, 길었어선지..
다시 활기를 찾게 되니
많이 즐겁다.
개둥이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건강한 지금의 상태를.


밤에는,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을 해주었더니
한참을 내 손을 핥아주는데..
함께 있어서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무언가를 말하면
다 알아듣고, 녀석 나름의 표현을 한다.


이별을 해야하는,
슬픈 시간이
언제든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녀석의 긴 인생을, 바라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동네 깡패짓 하던 때부터,
새끼를 낳고 기르던 때,
젊은 날들
노래부르고, 감성 충만하던 때
방구뀌고선 민망해 하던 때
함께 동네를 뛰어다니며 장난치던 때
눈이 안보이게 되던 때
더이상 눈 마주치지 못하게 된때
달리지도 짓지도 않고
열심히 잠만 자던 때,,
함께 다니던 그 길들..
예전엔 했던 많은 행동들을
지금은 하나도 하지 않고,
나조차도 기억나지 않은 그런 것들..
그리고 아프고
무언가 삶에 대해 의연한 느낌이 드는 지금



불교에서는,
개들은 사람으로 태어나기 직전의
윤회의 과정이라고,
그래서 사람 옆에 꼭 붙어살면서,,
사람이 되면 어떻게 사는가..
를 배운다고 한다는데,,
늘 생각하지만,
오히려,
내가
개둥이에게서 배우는게
더 많은 것 같다.
나는 참..
복도 많지.


빵구빵구야.
너 이제 괜찮아졌으니.. ㅎ
나 홍성 갔다올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