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긴 연휴, 그리고..

낙타개 2010. 9. 19. 14:40


그 연휴의 시작.

비가오는데도, 아침일찍 길을나서
도서관에가서 가방 가득 책을 빌려왔다.
이중에 반 이상도 못읽을지도 몰라,
읽지도 못한 책을 반납할 때엔 속좀 쓰리겠지만,
그래도 도서관에만 가면 버릇처럼 그런다.


나무언니가 추천해 준

개를 기르다
라는 만화책도 빌려왔다.
작가가,
15년간 같이살다
무지개다릴 건너보낸
개와 함께 했던, 마지막 시간을 보낸 책인데..
아..
참..
좋았다.
나이든 개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그 시간들을
담담하게 표현해낸 만화책.
소소한 부분에서
내가 개둥이와 함께하며 느끼는 감정들이
아.. 나만 느끼는게 아니구나,,
뭔가.. 비슷한 경험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엄만,
무슨 미련이 그리 많아서
그렇게 멀리가다가 다시돌아오고 다시돌아오고 그러니,
라고
개둥이에게말을 하지만,,
무심한듯한 그 말 속에서도
그 눈빛에서도
사랑이 느껴진다.

오빠는,
개둥이가 이렇게 많이 나이들기 전에,
적당히 나이들 즈음
털도 부스스하고, 발랄함도 멀어진
개둥이를 보며,
친구집 집들이에서 보고온
한 두살의 어린 깨방정 강아지를 보고온때면,
개둥이를 앞에두고도
젊은 강아지의 귀여움을 이야기해서
속상하기도 했는데,
얼마전엔,
개둥이 밥이 너무 뜨거워서
쉽게 먹지 못한다며
쭈그리고 앉아
개밥그릇에 머리를 들이밀고
'후우- 후우--'하고 불어주더라..

언니는 더 말할 것도없고..

그냥, 그렇게
개둥이를 사이에 두고
뭔가 가족들이
서로 걱정하고 위하는 모습들을
보게 되어
마음이 참 훈훈하다.
이런 마음처럼,
개둥이도, 녀석의 시간을
훈훈하고 따뜻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안나푸르나를 오른 어떤 사람의 이야기인데,,
마음이 참..
다시 그곳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좋았어서, 이야기 속에서 그려진 산이 멋졌어서..
라기 보다는,
그냥.. 그 이야기를 읽으며,
기억 속에 있던 산이, 그곳이 다시 떠오른것 같다.
그리고, 그때의 내가.


떠나올 때는, 뭔가
힘들고, 외롭고.. 사람에 대해서 실망을 하기도 해서..
산은 좋지만,,
다시 가지는 않을것 같아.. 라고..
생각했던 곳인데..
이상하게도, 힘든 때면 어김없이
네팔에서의 시간들이 떠올랐고,
다시금,
춥고 끝이 없을것 같던 그렇지만 너무 아름답던 그 산길이
떠올랐다.
정말, 정말로 혼자였던 그곳이.
그 어두운 밤들이.
아팠던 날들이.


혼자였어서,
이렇게 강한 기억으로 돌아오는 거겠지만,
바보같게도,
이런 경험들을 함께해서,
돌아와서도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는게 참
안타깝다. ^^
인도에선 좋은 친구를 만나서,
가끔 마음을 나누고, 경험을 나누고 있긴 하지만.
네팔은 정말.. 없다.

그래서, 이렇게
블로그로 뛰어왔나보다.

다시 또 가게 될 날을
그려본다.